아주 특별한 수학 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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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수학 교육법
딸 MIT 공대 합격시킨 한국교원대 전평국 교수의
우리 아이는 왜 수학을 못할까? 그렇게 비싼 학원도 보내고, 과외도 시키는데?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열 살 이전에 수학적 사고력을 키워주자. 비싼 교구도 장난감도 필요 없다.생활 속에서의 관심과 끊임없는 대화, 그것이 관건이다.

“수학적인 사고력 키워줘야 국제적인 우등생 됩니다”

어빵처럼 꼭 닮은 모녀를 만났다. 한국교원대학교 수학교육학과 전평국(64) 교수와 딸 전성윤(21)양. 전 교수는 얼마 전 딸 성윤 양을 수학, 나아가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운 이야기를 ‘국제적 우등생은 10살 전에 키워진다’(삼성출판사)는 책으로 펴냈다. 성윤 양은 현재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미국 MIT 2학년으로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딸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하나의 거대한 수학교육 실험과 같았어요. 이런 개념을 이렇게 가르쳐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것을 가르치면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했죠. 그랬더니 나중엔 딸이 저에게 ‘아빠, 또 실험하는 거지?’ 하더라고요(웃음).”
만 세 살이 된 아이를 데리고 화투를 이용해 기억력 게임을 하고, 우유를 이용해 수학적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사과를 잘라 먹으면서도 ‘반으로 잘라 먹자’ 하지 않고 ‘1/2로 잘라 먹자’ 하며 분수개념을 이해시킨 것은 모두 그런 수학적 실험이었다는 것이다.
성윤 양은 전평국 교수가 43세 때 낳은 외동딸. 딸이 귀한 집안에 늦둥이라 응석받이로 키울 수도 있었을 텐데 전 교수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가장 조심했던 것이 ‘여자가 뭘’ ‘여자니까’ 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고, 딸 성윤 양이 축구를 한다, 태권도를 한다, MIT에서 ROTC(학생군사훈련단)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모두 딸의 뜻을 존중해줬다. 기계를 만지기 좋아하는 딸이 집에 새로 들여놓는 TV니 VTR이니 전화기니 하는 가전제품들을 만지고 돌려보고 분해하고 조립할 때도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기만 했다.
그 덕분인지 성윤 양은 중학교 2학년 때 미국 유학도 스스로 결정했고, 초기의 어려움을 훌륭히 극복하고 좋은 성적으로 MIT에 입학할 수 있었다.
“저는 유학을 가기 전까지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다닌 적은 없어요. 공부 비결도 따로 없어요.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배운 것을 철저히 익히기 위해서 복습을 철저히 했을 뿐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9시만 되면 자도록 생활습관을 들였더니 잠을 줄여서 공부하는 것도 안 되더라고요. 중학교 때도 10시만 되면 쓰러지듯 잠이 들어버려서요(웃음). 대신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했죠. 지금 오히려 중고등학생 때보다 잠을 줄여 공부하는 형편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공부보다는 피아노, 첼로, 승마, 스키 등 특기교육에 더욱 극성 아빠였다는 전 교수. 덕분에 딸 성윤 씨는 지금도 좋아하는 운동과 취미를 즐기며 행복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수학박사 전평국 교수의
아주 특별한 자녀 수학 교육법

숫자 세기보다는 수학적 사고를 가르쳐라
전 교수는 아이들에게 수학교육을 시킨다면서 숫자 세는 법부터 가르친다든가, 억지로 계산하는 연습만 시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만 2세를 지나 아이가 엄마를 따라 수 세는 흉내를 내거나 흥미를 보일 때 수의 이름을 가르쳐야지, 수학 문제집을 펼쳐놓고 ‘토끼가 모두 몇 마리인지 세어보아요’ ‘3 뒤에 오는 수는 무엇일까요?’ 하는 식의 문제를 풀지는 말라는 것이다. 교육적 효과도 떨어질 뿐 아니라 ‘수학’ 소리만 들어도 질색을 하는 아이로 만들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수세기나 계산력을 키우려 하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논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이든 풍부하게 경험하게 해주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코스모스 하나를 보더라도 ‘꽃잎은 어떻게 생겼니?’ ‘몇 개니?’ 하고 물어보고 하늘의 달을 봤다면 ‘어떤 모양으로 생겼니?’ ‘어디에 떴니?’ 하고 물어서 자꾸 생각하고 면밀하게 관찰하는 능력을 길러줘야죠. 아이들이 질문을 하는데 ‘그런 걸 왜 알려고 하니?’ 하거나 ‘나중에 크면 알게 돼’ 하고 대답하는 경우가 최악이에요. 모르면 함께 답을 찾거나 ‘정말, 왜 그럴까?’ 하고 역질문이라도 던져서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게 해야 합니다.”
전 교수는 아이들의 지능이 거의 형성되는 만 6세까지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방법을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라
그러기 위해서 전 교수는 어린 딸이 호기심을 가지도록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고 딸이 질문을 해도 즉시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서 딸아이가 스스로 전략을 짜고 생각할 기회를 주고 스스로 답을 찾고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줬다는 것이다.
“성윤이가 만 다섯 살쯤 되었을 때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아이에게 ‘강아지 몸무게가 몇 킬로그램일까?’ 하는 질문을 던졌어요. 딸아이는 강아지를 체중계 위에 올려놓았지만 당연히 강아지는 눈금을 읽기도 전에 도망쳐버렸죠. 그래도 전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고 ‘강아지가 몇 킬로그램이냐’는 질문만 계속 했어요. 한두 달 정도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드디어 강아지 몸무게를 재는 데 성공한 거예요. 일단 강아지를 안고 저울에 올라가 무게를 잰 다음 강아지를 내려놓고 자신의 몸무게를 재어 처음 무게에서 나중 무게를 뺀 거죠. 그걸 수학에서는 보존개념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도 실험을 통해서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려주었던 거예요.”
이런 교육방법은 수학 개념을 배우는 것뿐 아니라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끈기를 가지고 집중해서 해결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키워준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 용어를 친숙하게 하라
분수는 초등수학에서 아이들이 유난히 어려워하는 부분. 전평국 교수는 딸에게 분수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서 일상에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분수를 이용해서 표현했다. 색종이를 접을 때 ‘반으로 접어보자’하지 않고 ‘이분의 일로 접어보자’라고 말하고 사탕 네 개를 보여주면서 ‘반만 먹어라’하는 대신 ‘이분의 일만 먹어라’라고 말하며 두 개를 쥐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이분의 일’이 무슨 뜻인지 설명하지도 않았는데 나중엔 스스로 깨닫더라고 한다.
소수도 마찬가지였다.
“키든 몸무게든 측정해보는 것도 추론하는 능력을 키워줘 수학 학습에 도움이 많이 되죠. 딸아이도 목욕 후에는 항상 저울에 올라가 몸무게를 재고 수치를 읽었는데, 어느 날 보니 바늘이 13kg과 14kg 사이를 가리키고 있었던 거예요. ‘아빠, 이건 어떻게 읽어?’ 하고 물어봤지만 저는 평소대로 ‘어떻게 읽었으면 좋겠니?’ 하고 되물었죠. 그랬더니 ‘13과 14 사이에 있다’고 하더군요. 전 ‘그렇게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칭찬해주고 읽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던지 며칠 동안 계속 어떻게 읽느냐고 묻더니 어느 날은 의기양양하게 저울에 올라 ‘13점5킬로그램이에요’하는 거예요. 너무 궁금해서 중학교 다니는 옆집 언니에게 물어보았다나요.”
그는 또한 키나 몸무게 등을 측정할 때 kg이나 cm 같은 단위도 ‘킬로그램’ ‘센티미터’ 등으로 정확하게 읽는 것이 수학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겐 비싼 교구나 장난감이 필요없다
전평국 교수는 아이들에게 비싼 교구나 장난감을 사주는 것은 엄청난 낭비라고 생각한다. 생활 속의 모든 것이 교구이고 장난감이기 때문에 구태여 수십만원의 돈을 써서 특별한 물건을 사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 것이다.
그는 딸이 어렸을 때 대부분의 장난감을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사더라도 1만원 내외의 것을 골랐고, 직접 만들 수 없는 블록 같은 것만 사줬다고 한다. 아이들 수준에 맞는 블록 장난감은 사고력을 높여 그가 추천하는 장난감이다.
지도나 지하철 노선도 같은 것도 전 교수와 성윤 양에게는 좋은 장난감이었다.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가는 길을 여러 가지로 궁리하는 것은 ‘경우의 수’를 찾는 경험이고, 논리력과 추론력을 키우는 과정이며, 지도와 실제를 비교해 가며 방향감각과 거리감각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성윤 양이 한글을 막 뗐을 무렵부터 매주 딸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출발하기 전에 항상 함께 지도를 펼쳐놓고 어떤 길로 가면 좋을지 연구를 했다고 한다. 도시 찾기 놀이도 하고 빠른 길 찾기도 하며 함께 놀았다는 것이다.
화투도 좋은 놀잇감이 되었다. 전 교수는 성윤 양이 만 세 살쯤 되었을 때부터 화투로 기억력 게임을 했다고 한다. 먼저 딸에게 화투 48장을 모두 보여주고 네 장씩 짝이 지어진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리고 화투를 모두 뒤집어놓은 뒤 두 장씩 짝이 맞는 카드가 걸리면 가져가는 놀이를 했다.

본격적인 수학공부, 예습보다 복습이 중요하다
전평국 교수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선행학습을 무척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공부, 특히 수학을 하는 데는 기본적인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를 위해서는 예습보다는 복습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선행학습을 하다 보면 속도만 중시하기 때문에 이해보다는 공식 암기와 문제 풀이에 치중하기 쉽기 때문이다.
“방학 중에도 2학기 것을 예습하는 것보다는 1학기 학습내용을 복습하고 한번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2학기 내용이 정 궁금하다면 한번 들춰보는 것 정도로 예습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방학이니까 생활계획표를 잘 짜서 놀기도 하고 그래야죠.”
전 교수는 수학경시대회 문제를 종종 출제했지만 딸 성윤 양은 대회에 내보내지 않았다. 수학경시대회에 출제되는 문제의 일부는 최소한 한두 학년을 앞질러 공부해야 풀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 선행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학을 웬만큼 잘하는 아이들도 너무 어려운 문제를 접하면 ‘난 왜 이런 문제도 못 풀까’ 하며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TV에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영재라고 데리고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게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잘 크면 되는 거지 똑똑하다는 것 보여줄 필요가 있나요?”
그는 초등학교 때 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탔지만 중학생이 된 지금은 수학 성적이 바닥에 떨어진 아이도 보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너무 어려운 문제를 대하다 보니 수학이 지겨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유행한 ‘19단 외우기’도 시간 낭비, 노력 낭비로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오히려 해가 된다고 경고한다.


출처 : http://woman.chosun.com/magazine/viewArticle.do?atCode=125&pg